주식을 시작한 분이라면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라는 말은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2008년에 발생한 미국발 세계 금융 위기로 미국의 대형 금융기관들이 연쇄적으로 파산하면서 수많은 실업자와 무주택자들 만들고 더 나아가 전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 사건입니다.
이런 경제 위기를 3년 전부터 예측해서 엄청난 수익을 낸 투자자들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것이 바로 오늘 소개드릴 '빅쇼트'입니다.
용어 정리
영화 '빅쇼트'를 편하고 재밌게 보기 위한 용어 정리입니다.
서브 프라임 : 미국의 신용 등급 중 하나로 Prime 등급(신용 上), Alt-a 등급(신용 中), Subprime 등급(신용 下)으로 나뉨.
모기지론(장기주택자금대출) : 주택을 담보로 은행에서 MBS를 발행하여 주택자금을 20년 또는 30년 만기로 장기 대출을 해주는 제도.
MBS(주택저당증권) : 금융기관이 주택을 담보로 20년 또는 30년 만기 대출을 해주고, 담보로 한 주택을 근거로 거래를 가능할 수 있게 만든 채권(금융상품)
CDO(부채담보부증권) : 회사채나 금융기관의 대출 채권 등을 한데 묶어 유동화시킨 신용 파생상품. 버블을 만든 주범으로 신용 등급이 낮은 MBS를 판매하기 위한 목적으로 Credit Loan(신용카드 대출)과 Car Loan(자동차 대출)과 같이 신용도가 높은 상품들도 섞어 겉으로는 신용 등급이 높은 멀쩡한 상품처럼 보이게 만든 것.
CDS(신용부도스와프) : 부도가 발생하여 채권이나 대출 원리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에 대비한 신용 파생상품(보험 상품). 즉, 집 값이 폭락하면 연관된 기업들이 부도날 것을 예상한 마이클 버리가 CDS를 통해 집 값 하락에 베팅한 것. 그래서 집 값 하락에 걸었다는 의미에서 쇼트(short : 공매도)라는 의미를 사용했고 많은 투자 자금을 CDS에 넣었기 때문에 Big(큰)이라고 표현한 것. 즉, Big Short(큰 공매도).
간단 줄거리 및 요약
주인공 '마이클 버리'는 미국 주택 시장에 엄청난 버블이 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 외에 몇몇의 사람들도 버블을 인지하고 주택 시장을 공매도하기로 합니다.
(실제로 공매도라는 표현은 옳지 않으나 맥락은 비슷합니다.)
주택 시장에 버블이 끼게 된 이유는 간단히 설명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경기 침체로 금리 인하 → 집 값 상승 → 대출 금리보다 많이 상승하는 집 값을 담보로 신용 등급 관계없이 대출 → 대출을 근거로 각종 파생상품 판매(MBS, CDO, CDS) → 경제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 → 신용 등급이 낮은 사람들의 이자 부담으로 인한 집 값 폭락 → 파생 상품과 연관된 금융기관들이 줄줄이 파산 → 경제 위기 발생 ]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하면 (아래부터는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 역사적 사건이라 스포라고 하긴 그렇지만 혹시 사건에 대한 자세한 상황을 모른 채 영화를 보려고 했던 분이면 참고해주세요.)
IT 버블과 911 테러로 인해 경제가 어렵게 되자 미국은 지속적인 금리 인하 정책을 펼칩니다.
이로 인해 부담 없이 대출을 받아 집을 살 수 있으니 수요가 증가하자 집 값도 오르기 시작합니다.
금리는 떨어지는데 집 값의 상승은 계속되자 "돈이 없으면 집을 팔아서 갚으면 된다"라고 생각한 은행이 집을 담보로 신용 등급과 관계없이 서브 프라임 등급의 사람까지 모기지론을 해줍니다.
(실제로 죽은 사람과 개한테도 돈을 빌려줬습니다. 정말 아무한테나 막 빌려준 거죠. 그래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라고 하는 겁니다.)
이렇게 마구 돈을 빌려주다 보니 은행에서 빌려줄 돈이 서서히 바닥나기 시작합니다. 어떻게 하면 더 빌려줄 수 있을까 생각한 은행이 모기지론을 담보로 받은 MBS를 금융 기관에 팔아서 빌려줄 돈을 더 조달받습니다.
(MBS는 집이 담보로 돼있고 대출 이자까지 받을 수 있는 증권이므로 팔아도 상관없는 것이죠.)
하지만 신용 등급이 낮은 서브 프라임 등급과 관련된 MBS는 투자자들이 리스크 문제로 꺼려하자 이를 더 팔고 싶은 은행이 머리를 씁니다. 바로 서브 프라임 MBS를 다른 신용 등급이 높은 다른 상품들과 섞어 CDO라는 겉으로 신용 등급이 높아 보이는 상품을 만듭니다.
또 잘 팔리지 않는 CDO를 결합한 합성 CDO를 만들어 신용 등급이 높은 것처럼 다른 투자자들에게 판매합니다. 이런 파생 상품들이 승수효과를 불러오면서 주택 시장에는 버블이 끼기 시작합니다.
※ 승수효과 : 어떤 부문에 새로운 투자가 이뤄지면 그에 따른 파급효과가 투자금의 몇 배 이상으로 커지는 효과
그런데 어떻게 이런 막장 CDO가 높은 신용 평가를 받고 투자자들에게 판매될 수 있었을까요? 바로 S&P, 무디스, 피치와 같은 미국의 민간 대형 신용평가회사들이 부실 CDO에 높은 신용 등급을 줬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은행이 CDO를 많이 만들어 팔수록 신용 등급을 주는 과정에서 돈을 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S&P, 무디스, 피치 사태라고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다시 돌아와 이 CDO라는 상품도 불티나게 팔리자, 이를 보고 있던 보험 회사들이 고민을 합니다. "절대 망할 수 없는 구조잖아? 집을 담보로 하니 금융 기관들이 빌려준 돈을 못 갚는 상황이 발생이나 하겠어? 부도날 것을 대비한 보험이나 만들어야겠다" 그래서 만들어진 상품이 바로 CDS입니다.
쉽게 말해 암에 걸릴 확률이 낮더라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암 보험을 드는 것처럼 계속 상승하는 집 값을 담보로 했기 때문에 망할 일은 없더라도 안전을 위한 보험 상품인 CDS를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이 CDS를 무식하게 사는 사람(빅쇼트 치는 사람)이 나옵니다. 바로 마이클 버리죠. 보험 회사들은 나쁠 것 없습니다. CDS를 파는 목적으로 프리미엄(보험료)을 챙길 수 있으니까요. 미국 주택 시장이 망할 일도 없는데 이런 CDS를 많이 사주면 프리미엄은 더 많이 받을 수 있으니 보험 회사에선 마구 팔아 재낍니다.
미국 경제가 살아날 조짐이 보이자 정부에서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주택 가격은 쉽게 하락하지 않았습니다. 마이클 버리는 2005년부터 버블을 예상하고 CDS에 투자했는데 2008년까지 무려 3년 동안 CDS에 대한 엄청난 프리미엄을 지급하면서 버텼던 것입니다. CDS에 투자한 다른 사람들과 기관들은 높은 프리미엄에 대한 부담감으로 파산하거나 중도 포기했습니다.
2008년... 대출 금리가 계속 오르자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하는 서브 프라임 등급의 사람들로 인해 너도 나도 집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집 값은 서서히 폭락했고 서브 프라임 모기지와 관련된 금융 회사들은 줄줄이 파산을 했고 CDS 보험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보험 회사들도 파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2008년에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한 것입니다. 당시 리만 브라더스라는 미국 대형 투자 은행이 파산해서 리만 브라더스 사태라고도 불립니다.
글로 이해하기엔 조금 어려운 내용이라 유튜브에 정리해 놓은 내용들도 많으니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이라면 유튜버들 정리 영상 한 번 보고 영화를 보시면 보다 쉽게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깨달음
이 영화를 보면 '시장을 예측하면 돈을 벌 수 있구나' 오해를 하기 쉽습니다.
미국 경제의 대폭락을 예측한 사람들이 엄청난 부를 이룬 이야기니까요. 하지만 여기서 함정이 있습니다.
바로 예측한 대로 경제가 흘러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마이클 버리는 사건 발생 3년 전인 2005년부터 집 값 폭락에 대한 준비를 했습니다.
일찍이 투자자들을 모아 왜 지금이 부동산 버블이며 어떻게 미국 경제가 붕괴할지 설명했고 투자 자금을 모았습니다.
근데 이젠 버블이 터질 때가 됐는데 터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집 값이 오릅니다.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도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 상황에서 얼마나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웠을까요? 영화에서 손실을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수많은 투자자가 투자금을 돌려달라며 항의를 하고, 이를 무시하며 마이클 버리가 미친 듯이 드럼을 치는 장면에서 그때의 초조함이 조금이나마 이해됐습니다.
만약 마이클 버리가 2005년 훨씬 이전부터 공매도를 시작했다면... 또는 저금리 정책이 몇 년 더 지속됐다면... 이 영화의 주인공은 마이클 버리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됐을 수 있습니다.
마이클 버리는 미국 경제의 붕괴는 예측했지만 붕괴 시점은 정확히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수많은 사람들도 부동산 버블을 예상했으나 CDS에 대한 프리미엄 지급에 대한 부담감으로 파산하거나 중도 포기했습니다.
즉, 마이클 버리는 수많은 마이클 버리 중 살아남은 몇 안 되는 '럭키가이'인 것이죠.
또한 많은 투자자들은 금융기관과 신용기관의 괜찮다는 말만 믿고 쓰레기가 범벅된 파생 상품에 무작정 투자를 했습니다.
'나보다 전문가들이 괜찮다는데 큰일 나겠어?', '정부도 별 말 없네?', '남들 다 돈 버는데 나도 투자해야지', '집 값은 영원히 상승해!'라는 안일함이 버블을 더 키운 것이죠.
그래서 어떻게 투자하면 좋을까?
이 영화를 보고 제가 내린 결론은 경제를 예측하지 말고 포트폴리오 구성을 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버블 폭락의 시점은 정확히 맞출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으며 전문가 말을 맹신하지 말고 내 돈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사실 또한 되새겼습니다.
저는 채권, 금, 원자재... 이런 것들에 투자하며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생각이 없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투자할 생각이 없다기보다는 제대로 할 자신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제 입장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항상 현금 비중을 가져가는 겁니다. 투자한 기업에 큰 문제가 있지 않는 이상 매도할 필요도 없고 인버스 상품을 매수할 필요도 없습니다.
만약 폭락할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면 모두 매도하고 현금화하는 전략이 아닌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화될 때 까진 그저 당분간은 주식을 매수를 미루거나 주식 매수 빈도를 낮춰 현금을 모으는 것이죠.
평소에는 주식과 현금을 8:2, 7:3으로 유지했다면 시장에서 이상한 냄새가 날 때 5:5, 6:4로 맞추는 겁니다. 그래도 적립식 분할 매수는 계속할 겁니다.
이상한 냄새가 무엇인지는 수많은 정보들 중에 본인이 직접 최종적으로 판단해야겠지만 어떤 이유든 현금 비중을 높이면 최소한 손해 볼 일은 없습니다. 상대적 박탈감만 이겨낼 수 있다면 말입니다.
물론 채권, 금, 원자재 등에 잘 분산 투자해서 좋은 포트폴리오를 만든다면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겠지만 어쭙잖게 했다가 오히려 손해를 볼 것 같다는 생각에 저는 단순하게 접근해봤습니다.
그리고 평소 눈여겨봤던 주식들의 주가가 폭락했을 때 용기 있게 현금 비중을 낮추면서 분할 매수하는 것이죠.
실제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했을 때 워런 버핏은 위기가 온 수많은 회사들을 좋은 조건과 함께 저렴한 가격으로 매입하면서 총 100억 달러(10조 원)가 넘는 수익을 냅니다.
남들이 탐욕스러워할 때 두려워하고, 남들이 두려워할 때 욕심을 내라.
본인이 즐겨 쓰던 투자 격언을 몸소 실천한 것이죠.
작년 코로나 사태와 같이 다음에도 위기는 찾아올 것입니다. 보통 10년 주기로 큰 위기가 찾아오고 가끔씩 작은 위기도 찾아옵니다.
혹시 이번 기회를 놓쳤다면 다음 기회를 잡기 위해서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0년 뒤에 위기가 왔을 때 준비가 안 돼있으면 무서워서 투자가 꺼려지는 것은 둘째치고 투자할 돈이 없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이런 큰 위기가 또 오길 바라진 말자고요.. IMF 한국 금융 위기, 서브 프라음 모기지 사태, 코로나 사태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습니다. 다음 위기 때 나와 우리 가족, 그리고 주변 지인들은 그 위기로부터 안전할 거라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또 누군가는 피해를 보는 상황에서 주식을 싸게 매입할 생각에 미소를 짓는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할 짓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이 오는 위기에서 기회를 잡자는 것이지 위기가 오기 만을 기다리자는 것은 아닙니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측해서 떼 돈을 벌었지만 매도를 쉽사리 하지 못했던 빅쇼트의 또 다른 주인공, '마크 바움'의 고민에서 알 수 있듯이 누군가 큰돈을 번다는 것은 누군가 큰돈을 잃는다는 의미니까요.
이상 빅쇼트 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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