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단타란?
주식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은 주식 투자라고 하면 차트를 보고 주가의 오르내림을 포착하여 잦은 매매로 시세 차익을 내는 방법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투자 방법은 '단타'라고 하는데 일반적인 투자 방법과는 거리가 멉니다. 단타를 도박, 또는 투기라고 부르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일반화이긴 하지만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설명드리겠습니다.
만약 제가 친구와 1억씩 투자해 음식점 창업을 한다면 음식점의 가치는 2억일 것이고 저와 친구는 음식점의 지분을 각각 50% 갖게 될 겁니다.
그런데 이 음식점이 대박을 쳐서 음식점의 가치가 10억이 됩니다. 더 많은 음식을 판매하고 싶어 2호점을 만들려고 하는데 10억 원이 부족합니다. 이 음식점에 대한 비전과 재무제표를 설명하고 이에 공감한 10명의 투자자를 모집합니다.
그러면 음식점의 가치는 총 20억이 되겠죠. 만약 이 음식점의 연 순이익이 1억이라면 이것을 지분 비율로 투자자들에게 나눠 주는 것이 배당금입니다. 3호점을 내기 위해 배당을 안 주고 재투자하는 방법도 있겠죠. 이것을 표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그런데 몇몇 투자자가 이 음식점의 가치가 순간 매출에 의해 계속 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매출이 잘 나오는 것 같을 때는 21억이 됐다가 잘 안 나올 것 같을 때는 19억이 되는 겁니다.
통계적으로 날씨가 좋을 때 장사가 잘 되고 날씨가 안 좋을 때 장사가 안 된다는 것을 파악한 투자자가 날씨가 좋을 때는 본인의 지분을 1억 1천만 원에 팔았다가 날씨가 안 좋을 때는 9천만 원에 사서 2천만 원의 시세 차익을 얻게 됩니다. 이걸 단타라고 합니다.
즉, 일반적인 의미의 투자는 음식점이 잘 될 것이라는 판단 하에 내 자금을 투자하는 것이라면, 단타는 매일 짧은 순간에 음식점의 가치가 오르거나 내리는 것에 베팅하는 행위인 것입니다. 그래서 많이들 단타를 도박, 투기라고 하는 겁니다.
생각해보세요. 음식점 장사가 매일 매 시간 비슷한 수준으로 잘 될 수 있을까요?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는 것이 장사잖아요. 그런데 이것을 매일 매 순간 맞추려고 하는 것이 쉬울까요?
한 달이나 1년을 기준으로 계산해본다면 대략적으로 맞출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하지만 1일, 1시간, 10분씩 줄여가며 짧은 단위로 매출을 맞추려고 한다면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단타를 하려고 마음먹은 투자자가 일도 그만두고 가게 주변에서 매 순간의 상황을 체크하기 시작합니다. 나이대가 높은 손님들이 객단가가 높다는 사실이나 주변 회사들이 회식하는 날까지 다 파악하는 겁니다. 더 나아가 매일 미세하게 움직이는 재료값을 체크하고 주방장의 컨디션도 확인하는 거죠.
하지만 이 음식점에 투자한 다른 투자자들은 매달 매출이 잘 나오고 있는지, 주변에 위협적인 경쟁 업체가 들어오는지, 사장이 어떤 방식으로 매출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한 달에 한 번 정도 확인하면 됩니다.
2. 단타를 추천하지 않는 이유
결국 단타를 하려면 장기투자, 가치투자라고 하는 일반적인 투자 방법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주식 투자자들은 본업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단타를 추천하지 않는 것입니다.
20년 경력의 전업투자자가 말한 단타 방법을 잠깐 소개하자면 아침 7시에 일어나 시황을 점검하고 전날에 시간 외 상한가를 갔던 종목들을 다시 한번 체크합니다.
그리고 장전 동시호가 때 전날보다 거래량이 터지면서 매수세가 들어오는 종목들도 체크해놓습니다. 장이 열리면 본인 이 만든 공식에 맞는 주식이 포착될 때 매수해서 짧게 3~5% 먹고 미련 없이 나온다고 합니다. 물론 잃을 때도 있다고 하네요.
이 분이 간단하게 설명해줬지만 이 매매법 안에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20년 동안 농축된 본인만의 노하우가 들어 있을 겁니다.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거죠. 또한 전업투자자가 아니라면 단기 매매는 하지 말라고 조언했습니다.
즉, 단타를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시간 부족'입니다. 단타가 투기 및 도박이라고 불리긴 해도 불법은 아니고 일반적인 도박보다는 승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는데 이 승률 1%를 높이기 위해 엄청난 노력과 정성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단타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접근해서 깡통을 차는 것이 문제입니다. 실제로 수많은 사람들이 단타를 해서 짧은 시간에 큰돈을 잃습니다. 분석도 잘해야 하지만 매 순간 본인의 감정도 컨트롤해야 하거든요.
3. 단타의 신, 제시 리버모어
수많은 단기 투자자들이 롤모델로 삼는 '제시 리버모어'라는 전설적인 단기 투자자가 있습니다. 추세 매매의 아버지로 불리며 단돈 5달러로 무려 1억 달러를 만들어낸 전설적인 투자자죠. 월스트리트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개인 투자자로 칭송받기도 합니다.
그리고 제시 리버모어가 쓴 '주식 매매하는 법'이란 책은 수많은 단기 투자자들의 바이블로 불립니다. 이 책에는 본인이 단기 매매하면서 얻었던 수많은 노하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단타로 제시 리버모어처럼 큰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죠.
하지만 사람들은 제시 리버모어의 투자 방법이나 업적에만 집중합니다. 이런 전설적인 투자자도 감정 컨트롤에 실패해서 네 번이나 파산하고 세 번의 결혼 생활을 실패하며 결국 만성 우울증에 시달리다 63세의 나이에 권총으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 안 합니다.
본인이 감정 컨트롤을 잘 해서 절대 파산하지 않을 자신이 있나요? 아니면 본인이 네 번이나 파산할 수도 있다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단타를 시작하는 건가요? 아니면 본인이 파산을 하고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확신은 하시나요?
네 번의 파산과 세 번의 이혼.. 만성 우울증, 그리고 권총 자살... 과연 이런 사건들이 그저 제시 리버모어라는 사람 자체의 문제였는지 아니면 단기 매매로 인한 결과였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단타를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4. 마무리
글을 쓰다 보니 길어졌습니다만... 첫 번째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본인이 어떤 투자를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투자하자는 겁니다. 단타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내가 단타를 하면 안 되는지' 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단타를 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스스로에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두 번째는 '사람들은 잘된 케이스만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제시 리버모어의 인생과 말로를 아는 사람들은 단타의 대가로 제시 리버모어를 언급하긴 쉽지 않을 겁니다. 저도 워렌 버핏, 피터 린치와 같은 대가들의 잘된 케이스만 보고 장기투자, 가치투자가 옳다며 제 방법에 대해 확신하는 것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결론은 단타를 무조건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단타든 장기투자든 쉬운 투자는 없습니다. 하지만 본인에게 맞는 투자 방법은 분명 존재합니다. 어떤 방법으로 주식 투자를 하던 간에 본인이 어떤 투자를 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자는 겁니다.
모든 분들의 성공 투자를 기원하며 이만 글 마치겠습니다.
위험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데서 온다.
- 워렌 버핏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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