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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적분할 VS 인적분할 (한화솔루션, LG화학, SK이노베이션)

단타의길★ 2021. 11. 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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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프롤로그

 

출처 : 서울경제

21년 10월 31일, 어제 한화솔루션 물적분할에 대한 뉴스가 올라왔더라고요. 아직 확정된 건 아니고 물적분할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하네요.

 

아직 검토 중이고 공시가 나온 건 아니지만 역시 시장은 발 빠르게 반응합니다. 한화솔루션이 첨단소재 부문을 물적 분할한다는 것은 최근 배터리 덕분에 주가가 올랐던 회사들이 배터리 부문을 물적 분할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한화솔루션 지분 매각 아직 (출처 : DART)

물론 첨단부문 소재의 물적분할에 대한 소식이 이번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해부터 매각설이 끊이지 않자, 한화솔루션에서 21년 10월 13일에 "확정된 바가 없다"라고 공시를 올린 적이 있거든요.

 

 

그래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을 뿐이지 언제든 물적 분할에 대한 가능성이 있다 보니 한화솔루션의 주가는 약 5% 하락 마감합니다. 관련 소문에 대한 공시가 아직 없는 걸 보니... 물적 분할 가능성이 높긴 하나 봅니다.

 

큰돈을 투자한 건 아니고 긴 호흡으로 투자할 계획이라 소량 매수한 상태인데 지금을 매수 기회로 봐야 할지, 매도 기회로 봐야 할지... 제 생각을 정리해봤습니다.

 


1. 물적분할 VS 인적분할

 

물적분할 : 분리한 자회사 지분을 모회사가 100% 소유하는 기업분할 방식

인적분할 :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만큼, 분리한 자회사 지분을 나눠 갖는 기업분할 방식

 

쉽게 예로 들어 설명하면, 분식집에서 떡볶이가 너무 잘 팔리자 떡볶이만 따로 떼서 전문점을 하나 만드는 겁니다.

 

여기서 물적분할은 분식집이 떡볶이 전문점 지분 100%를 갖는 거고, 인적분할은 투자자들이 투자 지분만큼 떡볶이 전문점 지분을 나눠 갖는 겁니다.

 

만약 내가 분식집 지분 10%를 갖고 있다면 인적분할 시에는 떡볶이 전문점 지분의 10%를 가질 수 있지만, 물적분할 시에 떡볶이 전문점의 지분을 직접적으로 가질 수는 없는 거죠.

 

사실 회계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어차피 분식집이 떡볶이 지분을 100% 갖고 있으므로, 재무제표는 변함이 없거든요.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떡볶이 전문점을 상장시켰을 때 생깁니다. 이제 투자자들은 분식점에는 투자를 하지 않겠죠.

 

투자자들은 굳이 잘 안 팔리는 순대, 어묵, 튀김 종류까지 모두 판매하는 분식집에 투자하고 싶지 않을 테니까요. 떡볶이가 핵심이기 때문에 떡볶이 전문점 위주로 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높겠죠. 즉, 핵심 사업부를 물적 분할하고 상장시키면 분식집의 주가는 상승하기 힘들어지고 주주로서 힘은 사라지니, 소액 주주들은 손해를 볼 수 있는 겁니다.

 


2. 왜 물적분할을 할까?

 

사실 자금 조달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굳이 물적 분할하는 이유는 지배 구조자금 조달 때문입니다. 한화솔루션은 지주사인 한화가 지분을 36% 갖고 있는 상황인데요.

 

만약 한화 첨단소재라는 이름으로 인적 분할하고, 기업 가치는 1조 원일 경우에 상장한다면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1) 한화 첨단소재 인적분할

지주사는 자회사의 지분 20% 이상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유상증자를 통한 투자금은 8000억 원을 초과해서 받을 수 없습니다. 만약 물적 분할할 경우에는 얼마까지 받을 수 있을까요?

 

 

2) 한화 첨단소재 물적분할

이렇게 물적분할을 한다면 최대 4조 원의 투자금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만약 지분 50%을 유지한다 해도 2조 원의 투자금을 받을 수 있겠죠.

 

그러면 여기서 궁금증이 생깁니다. "지배 구조를 유지하면서 다른 방식으로 큰 자금을 조달받는 방법은 없어?"하고 말이죠. 물론 있습니다. 인적분할을 하고 일반공모나 제3자 배정 방식이 아닌, 주주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하면 됩니다.

 

 

3) 인적분할 후 주주배정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한화도 유상증자에 참여해야 한다는 겁니다. 1조 원의 자금을 조달받으면서 지배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화도 본인의 지분율만큼 3600억 원을 내야 하는 거죠. 실제로 외부에서 받는 투자금은 6400억 원 밖에 되지 않고요.

 

그래서 물적 분할하는 것이, 지배 구조에 영향 없이 가장 많은 투자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물적분할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겁니다.

 

이런 이유로 소액 주주 입장에선 정말 화날 수밖에 없는 겁니다. 물적분할로 인해 기존 주식의 가치는 떨어지는데, 한화 입장에서는 지배 구조를 유지하면서 돈 한 푼 안 들이고 막대한 투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3. 그래서 물적분할이 나빠?

 

하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물적분할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물적 분할은 기업 입장에서 절세에도 도움이 되고 가장 원활하게 많은 투자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죠.

 

그렇게 모이는 투자금으로 기술 개발하고, 공장도 지으면서 투자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한화솔루션도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

 

특히 첨단소재 부문은 투자금이 많을수록 기술력 선점에서 유리할 테니 최대한 빨리 투자금을 받는 것이 중요하기도 하고요. 최근 배터리 회사들을 물적 분할한 이유도 이와 비슷할 겁니다.

 

하지만 한화솔루션은 물적분할 후에 IPO 또는 유상증자 방식이 아닌 지분 매각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유상증자와 지분 매각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IPO(기업 공개) : 비상장기업이 주식 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법적 절차에 따라 주식을 투자자들에게 파는 것

유상 증자
: 기업이 주식을 추가로 발행해서 자본금을 늘리는 방식

지분 매각 : 기업이 특정 사업 부문을 분리하여 매각하는 것

 

지분 매각은 IPO나 유상증자와 달리, 상대적으로 빠르고 쉽게 투자금 조달을 위해 하는 방식이죠. 만약 단순 매각이 아닌 전략적 관계의 파트너들에게 매각된다면 저는 호재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말은 저렇게 해놓고 물적 분할 후 상장하고 유상증자를 할 수는 있습니다. 아직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물적 분할은 기존 소액 주주들 입장에선 불확실성이 생기는 것이니 투자가 꺼려질 테고, 그것이 단기간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거겠죠.

 


4. 물적 분할 후 주가 변동

 

1)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는 2016년 2월 3일에 배터리 사업 부문인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물적 분할을 발표하고 크게 하락하진 않았습니다. 이미 전에 전기자동차 보조금 이슈로 20% 폭락한 탓에 크게 반응하지 않은 듯합니다.

 

에코프로 주가 차트
에코프로비엠 주가 차트

그 후에 에코프로는 에코프로비엠의 지분을 50% 갖고 있음에도 2차 전지 테마를 타고 폭등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에코프로비엠은 물적 분할 3년 후인 2019년 3월 5일에 상장했는데 당시 주가는 6만 원이고 지금 주가는 40만 원입니다.

 

에코프로는 19년 3월 5일, 에코프로비엠이 상장 후 2만 원이었던 주가가 쭉 하락세를 타면서 만 원까지 내려왔으나... 지금은 10만 원이죠. 상장 기준으로 보면 엄청나게 유의미한 수익률 차이는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 LG화학

LG화학은 20년 9월 16일, 배터리 사업 부문에 대한 물적 분할 발표 후에 15% 이상 하락했다가 단기 고점을 찍고 다시 하락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물적 분할 발표 전 주가보다는 10% 이상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네요.

 

물론 분할한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으니 결과가 어떻게 될지 속단하긴 이릅니다.

 

 

3)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20년 7월 1일, 배터리와 E&P 사업에 대한 물적 분할 고려 소식에 9%가 하락합니다. 그 이후로도 하락세를 타다가 20년 8월 3일 물적 분할이 확정 나자 장중 8%가 폭락했습니다.

 

앞으로 주가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SKIET, SK ON, SK 어스온 등... SK이노베이션은 분할을 참 좋아하는 것 같긴 하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과한 기업 분할은 좋게 보진 않습니다..

 


5. 정리

 

만약 물적 분할 발표 후, 전략적 파트너에게 지분 매각을 하게 된다면 저는 호재로 보고 주가 하락 시 더 매수할 예정입니다.

 

그것이 아니라 IPO를 준비한다고 하면 당장 급하게 매수하지 않고 더더욱 긴 호흡으로 매수할 예정입니다. 장기적으로는 호재로 볼 수 있으나, 요즘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투심 악화로 더 하락할 수 있을 테니까요.

 

제 생각엔 물적 분할의 핵심"상장"을 하느냐, 마느냐 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위에 썼듯이 핵심 사업을 물적 분할 후에 상장하면 핵심 사업에 투자하고 싶은 투자자들은 핵심 사업을 가진 자회사에 투자하지 굳이 모회사에 투자하고 싶진 않을 테니까요.

 

그래도 장기적으로 자회사가 돈을 잘 벌고, 모회사가 그 돈을 자사주 매입 또는 배당금의 형식으로 주주들에게 나눠준다면 충분히 모회사의 주가도 오를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물적 분할을 너무 부정적으로 보기보다는, 이럴 때 어떤 투자 기회가 있을지 공부하는 것이 어떨까요? 한국 주식에 투자하는 이상... 이런 일은 비일비재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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