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가장 큰 게임 회사인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폭락하고 있습니다. 이틀 만에 시가총액이 약 4조가 사라진 겁니다.
주목할 만한 이벤트라고는 블레이드&소울2를 출시한 것밖에 없습니다. 보통 게임을 출시하면 주가가 오르는데...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길래 이런 상황이 발생한 걸까요?
지금 이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잠깐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엔씨소프트(NC)는 게임을 모르는 사람도 들어본 적 있다는 그 게임! 리니지를 만든 게임 회사죠.
PC 리니지의 향수를 살려 스마트폰으로도 즐길 수 있는 리니지M, 리니지2M을 연일 출시하며 약 4년간 모바일 게임 매출 1, 2위를 차지했지만 현재는 카카오 게임즈의 야심작, '오딘'의 등장으로 지금은 매출 1위 자리를 넘겨준 상태입니다.
리니지M 출시 이래 1위의 자리를 단 한 번도 놓치지 않았는데 지금은 오딘이 2개월 동안 1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리니지가 1위의 자리를 뺏겼다는 이유로 NC의 주가가 이 정도로 폭락한 것은 아닙니다. 일각에서는 터질 게 드디어 터졌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이유를 천천히 설명해보겠습니다. 리니지M의 과금 유도는 일반인이 아는 것 이상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정도입니다. 과거 PC 리니지 시절에 게임 아이템 때문에 살인 사건이 발생했을 정도니까요.
리니지M 이라고 다르지 않았습니다. 캐릭터 스펙을 올리기 위해선 정말 살벌할 정도의 돈이 필요하게끔 설계된 게임이었습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계정을 거래할 수 있는 사이트에서 리니지M 계정을 판매하는 게시글을 찍어왔습니다.
오른쪽이 현재 판매 가격입니다. 보이는 것만 해도 600만 원에서 많게는 무려 5억 5천만 원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과금한 수준의 50% 미만의 가격으로 거래되니..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오리라 생각합니다.
리니지M에 가장 많이 과금한 사람은 약 100억이라고 합니다. 과장이 아닙니다. 과금 유도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리니지를 아는 사람이 해당 계정의 스펙을 보면 얼마 썼는지 대충 알 수 있습니다. 리니지 진성 유저들은 100억 썼다는 계정을 보면 "에이~ 거짓말~" 이 아닌 "우와~"라는 탄성이 먼저 나올 정도니 말이죠.
이런 상황이라 보통 모바일 게임에 1,000만 원을 과금했다고 하면 너무 과하다고 생각할 텐데 리니지M에서는 소과금 수준입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어디 가서 과금했다고 하지 말라는 말까지 할 정도니까요. 리니지M의 형제 게임인 리니지2M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래서 리니지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리니지를 하는 사람들을 개돼지라고 불렀습니다. NC에서 어떤 상품을 만들든 간에 리니지 유저들은 캐릭터 스펙을 위해 아낌없이 돈을 투자했으니까요. 그리고 리니지 유저들도 스스로 개돼지라고 불리는 것을 유쾌하게 받아들이면서 개돼지 밈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유저들이 스스로 개돼지, 개돼지 하니까 NC에서 정말 유저들을 개돼지로 본 것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어떤 과금 유도를 하든 본인 스펙 업을 위해서 아낌없이 과금하는 리니지 진성 유저들에게 선을 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죠.
그건 바로 "문양 시스템 롤백 사건"입니다.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드리겠습니다.
게임 캐릭터의 스펙을 올릴 수 있는 "문양"이라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총 6개의 문양으로 이뤄져 있고 각 1개의 문양을 최고 스펙으로 맞추기 위해서는 평균적으로 약 5,000만 원이 소요됩니다. 즉, 6개의 문양을 모두 최고 스펙으로 맞추려면 3억 원의 과금이 필요한 셈이죠.
그런데 이제 최고 스펙으로 맞춘 사람들은 다 나왔다고 판단한 건지, 비싼 "문양"을 그저 아련히 바라만 보는 중과금 유저들의 돈을 빨아먹기 위해서였을까요... 이 "문양"의 스펙을 쉽게 올릴 수 있는 업데이트를 한 것입니다. 이미 수억 원을 사용해서 문양을 맞춘 핵과금 유저들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생긴 것이죠.
이에 대한 분노로 게임에 약 80억 원 이상을 사용한 스트리머가 방송을 통해 "당장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과금을 멈추고 무차별적으로 유저들을 PK 하겠다"라고 선언했습니다. 이 스트리머를 중심으로 핵과금 유저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NC는 그제야 심각성을 느끼고 이 시스템을 롤백(업데이트 전으로 돌리는 작업)을 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습니다. 중과금 유저들이 "애초에 문양 시스템 패치를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과금하지 않았다"며 환불을 요청했으나 NC는 가뿐히 무시하고 게임 내 재화(다이아)로 돌려줬습니다. 그리고 다이아로 돌려준 것도 화나는데 많은 유저들이 실제 소모한 다이아의 절반 수준만 받게 되면서 반발이 거세게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리니지M에 약 40억 원을 사용한 유저도 실제 사용한 돈에 절반밖에 되지 않는 다이아를 환불받아 항의하기 위해 NC 본사에 찾아갔으나 담당자를 만나긴커녕 오히려 돌려받은 것은 경찰 조사였습니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수많은 리니지 유저들이 분노했고 더 이상 NC 게임을 하면 그때는 진짜로 개돼지라며 NC 불매 운동이 퍼지기 시작합니다. (이후 롤백에 대한 2차 보상을 하긴 했습니다. 물론 다이아로요.)
그리고 리니지 보단 상대적으로 과금 유도가 적고 그래픽이 좋은 카카오 게임즈의 '오딘'이 출시하면서 수많은 리니지 유저들이 오딘으로 옮겨가기 시작했습니다. (위에 언급한 리니지M 80억 과금 유저도 현재 오딘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NC는 끝까지 불매운동 영향이 없다는 둥의 반응을 보였고 2021년 5월에 출시된 트릭스터M의 흥행 실패로 매출이 반토막이 나며 주가는 계속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나름 짬밥도 있고 한국에선 가장 큰 게임회사라 블레이드&소울2의 출시에 대한 많은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NC의 화려한 부활을 꿈꿨으나 개 버릇 남 못주는 걸까요... 또다시 NC는 유저들을 우롱했습니다.
리니지M 과는 다르게 과금 시스템이 많지 않다는 식으로 출시 전에 언론 플레이를 했으나 리니지M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과금 시스템에 유저들은 실망했고 출시 전 광고와 다른 실망스러운 그래픽으로 "무슨 찰흙으로 만들었냐"며 유저들의 혹평과 조롱이 쏟아진 것입니다.
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이번에 NC의 주가가 폭락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저는 솔직히 NC 기업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매출의 대부분이 리니지에 있고 평소 인터넷 방송을 자주 챙겨보는 저로서는 NC는 정말로 유저들을 개돼지로 본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NC는 대단한 기업임은 분명합니다. 일반적인 기업의 목표는 이윤의 극대화니까요.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자극하여 게임으로 엄청난 과금을 유도한 것을 보면 목표는 제대로 이루는 기업이죠. 투자자들 입장에선 돈 잘 버는 회사가 최고 아닌가요?
하지만 너무 이윤만을 추구한 것은 아닐까요... 기업의 매출을 올려주는 유저들을 너무 홀대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업은 이윤 추구와 동시에 도덕적인 부분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이렇게 유저들을 무시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결국 기업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NC와 같은 대기업이 하루아침에 쉽게 무너질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이런 우량 기업이 실수를 해서 주가가 폭락할 때 사실 매수하기 가장 좋은 시기니까요. 단, 기업의 실수가 회복 가능한 수준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회복 가능한 실수라고 생각하기엔 지금까지 NC의 행보가 저는 맘에 걸렸습니다. 믿음을 잃었다고 할까요... 폭락한 기업을 매수하는 걸 좋아하는 저로서도 결국 NC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지우지 못해 매수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직 NC의 카드는 더 남았습니다. 곧 NC의 초특급 야심작 '리니지W'가 출시됩니다. 만약 NC가 이번 실수들을 보완해서 '리니지W'가 초대박이 난다면 이번에 줍줍한 사람들은 성공적인 투자가 될 것입니다. 결국 NC 주식의 매수 여부는 본인이 NC를 믿냐 안 믿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NC가 이번을 계기로 유저들을 생각하고, 과금 유도만 하는 것이 아닌 게임성으로 경쟁하는 회사가 되길 바랍니다. 이젠 무식한 과금 유도 게임은 그만 보고 싶네요.
※ 저는 주식 전문가도 아니고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므로 참고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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